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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크랩] 그 남자의 방 - 류인서
띠아모 tiamo...
2007. 4. 2. 16:44
그 남자의 방/ 류인서
몸에다 무수한 방을 가진 남자를 알고 있다
햇살방 구름방 바람방
풀꽃방
세상에, 남자의 몸에 무슨 그리도 많은 방을!
그 방 어느 창가에다 망상의
식탁을 차린 적 있다
안개의 식탁보 위에 맹목의 주홍장미 곁에
내 앙가슴살 한 접시 저며내고 싶은 날이 있었다
그의 방을 기웃대다 도리어
내 침침한 방을 그에게 들키던 날
주름 깊은 커튼
자락 펄럭, 따스한 불꽃의 방들 다 두고
물소리 자박대는 내 단칸방을 그가 탐냈으므로
내게도 어느 결에
그의 것과 비슷한 빈 방 하나 생겼다
살아 꿈틀대던, 나를 달뜨게 하던
그 많은
방들 실상, 빛이 죄 빠져나간 텅 빈 동공
눈알 하나씩과 맞바꾼
어둠의 가벼운 쭉정이였다니, 그는 대체
그동안 몇 개의 눈을
나누었던 것일까
그 방의 창이 나비의 겹눈을 닮아 있던 이유쯤
더 이상 비밀이 아니구나, 저벅저벅 비의 골목을 짚어가던
먼
잠속의 물발자국 소리도 그의 것이었구나
출처 : 지독한 女子의 깜찍한 발작
글쓴이 : 청산별곡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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